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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PL 선수 이야기] TES.knight : 비표준답안
    2022 tes 2022. 1. 4. 00:05

     

    "모모 의자 3개좀 가져다줄래?"

     

    사무실에 앉아있던 TES의 매니저 모모는 옆방에 있는 궈하오(tes 총 담당자)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의자를 복도로 끌고가면서 마주오는 세사람을 올려다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궈하오가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 줘딩(knight)이 앉아있는 것을 보았는데 눈시울이 붉은 것이 우는 모습이었다.

    그때 모모는 생각했다. '망했다'

     

    그것은 LPL 겨울 이적시즌 6일째 2021 11 21일의 일이였다.

     

    1. 분기점

     

    "이번 이적 땐 팀원을 중점으로 할거에요, 아니면 대우에 중점을 둘거에요?"

    "솔직히 다 갖고싶었어요" 줘딩은 특유의 느릿느릿한 어조로 웃으며 대답했다.

     

    이 말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왔으면 지나친 욕심과 오만이라고 의심할 수 있겠지만 이번 이적기의 줘딩한텐 '모두 원한다'는 저력이 있다.

     

    밀레니엄 베이비이자 중국인 미드인재로서 줘딩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번 이적기에 가장 주목되는 대어 중 하나이다.

     

    "금어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각 팀의 중점 쟁탈대상이 되었는데 모든 팀들이 이 '대어'를 자신들의 연못으로 들이려고 한다.

     

    그를 둘러싼 광기 어린 경쟁에 대해 줘딩은 조금은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과장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어떤 팀은 전대미문의 숫자를 제시했고, 어떤 팀은 높은 연봉을 받으며 장기적 대우와 자원을 약속했고, 어떤 팀은 그가 팀에 들어오면 팀원들을 본인이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도 했는데

     

    원래 TES는 줘딩을 붙잡는데 자신이 없었다. '천재 신인'으로 불린 이 선수는 어느덧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3년동안 뛰었지만 재능과 기대에 걸맞는 영예를 얻진 못했다.

    유일하게 출전한 월드챔피언십은 4강으로 마무리됐고 설욕을 노리는 2021년 선발전 문턱조차 다가가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결과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팀원을 시도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른 팀들의 '*팔선과해(八仙過海)'에 밀려 TES의 자체 경쟁력도 그리 높지 않았다. 2년 연속 투자한 것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자 구단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제각기 자기 솜씨를 보이다. 제각기 나름대로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경쟁팀이 거의 좁혀질 때 TES는 기껏해야 객관식 문제의 '방해 항목' 일 뿐 배제법으론 바로 배제해 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줘딩은 여전히 TES 베이스캠프에 머물러 꿈쩍도 하지 않고 스크림에 출전하고 있었다.

     

    "다른 구단도 이해가 안 가는데 왜 이적기가 지났는데도 여기서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거야?" 궈하오가 말했다.

     

    그 사이 줘딩의 일과는 매우 바빴는데 : 오후 1시에 일어나 스크림을 한 뒤 5시쯤 되면 밥을 먹고 이어서 10시 혹은 11시까지 스크림을 한 후 부모님과 함께 다른팀 직원들과 면담했다. TES 사옥 위치가 조금 떨어져 있어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면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줘딩은 매일 오전 3,4시가 다 되어서야 사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 두시간 더 생각하다가 5,6시에 잤어요"

     

    아예 TES의 서포터 왕쉬줘(zhuo)는 본인팀의 미드 겸 룸메이트가 떠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줘딩이 집을 나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나이트가 내 미래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줘딩은 그에게 물었다 : "꿈과 돈중 어떤게 더 중요할까?"

     

    그는 처음에 줘딩의 ''은 남는것을 의미하며, ''이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꿈이든 돈이든 이중에 테스는 없는거같다" 며 웃었다.

     

    그는 저울이 TES 밖으로 기울어져 있을 때 TES가 더 이상 저울위에 없다고 생각했다.

     

    줘딩은 몇개 팀을 골라서 왕쉬줘한테 선택을 도와달라 하였다. 왕쉬줘는 한번 분석하더니 이일은 스케일이 크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의 친구중 한명일 뿐인데 이렇게 말을 많이 해도 되는건가.. 나는 단지 그에게 팀마다의 상황을 얘기해줄 수 있을 뿐이고, 그런일들은 내가 너무 많이 말할 수 없으니 너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고 말했다.

     

    줘딩은 개의치 않고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집요하게 졸랐다.

     

    왕쉬줘는 그를 놀렸다 : "그럼 내가 어디로 가라고 하든 가는거지?"

     

    "그래"

     

    줘딩은 *선여류(善如流) 하며 "네가 가라는 곳으로 갈게"

     

    *선을 따르면 모든 것이 물과 같이 흐른다. 서슴치 않고 착한일을 하는 태도

     

    "그럼 TES로 와"

     

    왕쉬줘는 낚시에 성공했지만 생각해보니 이것이 부적절하다고 느껴 줘딩이 준 후보팀 하나를 선택했다.

    "만약 너가 내말대로 한다면 나는 이팀이 좋은거같아. 그래도 너는 스스로 선택 해야지 더이상 나한테 묻지마"

     

    "우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만류한적은 없어요" 궈하오가 말했다.

    "모든 사람이 그가 강하다는걸 알지만, 나도 그렇고 주오도 그렇고 재키도 그렇고 모두가 그에게 본인이 만족할만한 선택을 해주길 바랬습니다"

     

    감독 복귀를 앞둔 크레센트도 줘딩에게 "너가 떠나면 너가 나한테 밥사주고 너가 남는다면 내가 너한테 밥사주도록 하자" 라고 약속했을 뿐이다.

     

    "TES 감독으로서 당연히 남아 주길 바랬지만 감독 신분을 떠나서 나이트는 오랜 기간 저와 친분을 쌓아왔고 친구로서 마음을 지키고 좋은 커리어를 쌓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했어요" 라고 감독이 말했다

     

    2. 엇갈림과 합류

     

    몇몇 1부팀의 1순위인 줘딩의 선택은 도미노식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었고, 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팀도 나비가 날갯짓을 하기를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망설이지 말고 하고싶은 결정을 하라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몇 분전에 한 팀에 가고 또 몇 분 안 있어 다른 팀으로 갔는데 가는 팀마다 너무 잘해줬다는 얘기밖에 할 수 없어요" 줘딩이 말했다

     

    나이트의 가족은 검소한 편이여서 이런 상황에서도 고생하고 있어요. 궈하오는 "매일 이야기를 나누지만 팀들이 제시하는 조건은 제각각이고 다들 성의가 넘쳐 항상 거절하기 민망해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해요. 또한 줘딩은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 매일 담판짓기도 힘들었죠" 라고 말했다

     

    "이건 너에게 취사의 문제이고 이 이적기간 동안 원하는 것을 다 얻기는 힘들지만 분명 너는 그 일부를 얻을 수 있을거야"

    궈하오는 줘딩에게 "너가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고 말했다

     

    마침내 11 20일 줘딩은 저녁에 모든 사람에게 최종 회답을 하겠다고 했다

     

    "그날은 기분이 안좋았어요" 궈하오는 줘딩의 선택을 방해하기 싫어서 더이상 찾아가지 않고 혼자 뛰쳐나가 술을 마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줘딩과 처음 정식으로 만났던 장면을 떠올렸다. 당시 TES TOP이라고도 불렸고, 새시즌 합류할 것이 확실시되는 줘딩은 PDD의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궈하오가 들어왔을 때 줘딩은 게임중이었고 PDD는 위층에서 자고 있었다. 궈하오는 방해하기 싫어 줘딩 뒤로 의자를 옮겨 그가 게임을 하는 것을 봤는데 어쩌다 처음으로 마주한것이 줘딩의 리산드라가 열댓번이나 죽는것이었다.

     

    ".... 너 나랑 가는거 맞아?" 궈하오는 참다못해 물었다

     

    과거 TES LSPL 팀이던 시절 궈하오는 또 다른 LSPL YM의 미드 줘딩에게 주목했다. 이 신병이 칼날을 드러내자 그 순간 늠름한 기운이 감돌았다. 2017년 스프링 준우승자인 YM 3 DAN LPL에 승격해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두팀은 직접 맞붙지 않았고, DAN LPL VG를 꺾고 승강전을 통해 LPL에 진출한 마지막 팀이 됐다. YM 앞에는 GodV가 미드로 있는 LGD가 서있었다. 두 세대의 천재 중국 미드가 경기장에서 유일하게 맞붙은 이 경기는 3:0으로 끝났다

     

    GodV가 보여준 '리그오브레전드' 경기의 마지막 찬란한 모습은 YM이 마지막으로 승강전을 통해 LPL에 진출할 가능성을 날려버렸다. 이후에 LPL은 프랜차이즈로 바뀌어 입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LSPL 리그는 LDL로 바뀌면서 승강전이 없어졌다

     

    궈하오와 줘딩은 인접한 두대의 엘리베이터에 동시에 진입했으나 한쪽은 올라가고 다른한쪽은 추락해있었다. DAN LPL에 승격하면서 줘딩도 LPL팀에 갔지만 YM의 준우승 징크스는 끝내 풀리지 않았고 YM knight의 아쉬운 피날레로 남게 됐다

     

    각자 *부침하다가 일년만에 궈하오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지켜봤던 소년을 데려왔다.

    * 세력 따위가 성하고 쇠하다.

     

    그는 줘딩을 데리고 PDD의 무리와 식사를 했는데 줘딩은 커다란 테이블 위의 요리를 보고 눈을 멀뚱멀뚱 뜨면서 궈하오가 아무리 설득해도 젓가락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곽호는 방 밖에서 탁정을 만나 "왜 밥을 안 먹어? 배고프지 않냐"고 물었다.

     

    줘딩은 그제야 작은 목소리로 "돼지고기 안좋아해요" 라고 말했다

     

    그는 상 위의 그 진한 기름과 붉은장 요리 중에서 무엇이 돼지고기인지 아닌지를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었고, 감히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차라리 굶었다고 한다

     

    궈하오는 놀랐지만 골머리를 앓았던것은 뒤에 있었다. 팀에 도착했을땐 택시도 못타고 배달도 못시키고, 사옥이 있는 마당에서도 길을 잃었다. 그는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것을 싫어해 무슨일이 있으면 혼자 참고 견디는 경향이 있어 주위 사람들은 그저 마음을 다잡아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TES 마케팀 매니저인 "아화"는 호텔에 머물며 창문을 닫는 방법을 모르는 서포터 장밍(qiuqiu)에게 충격을 받았지만 줘딩 앞에선 이런 작은 문제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줘딩의 기이한 일화들은 거의 한권의 책으로 내도 됐을 정도였는데. 그가 역에서 감독과 흩어졌을때 감독은 그에게 주변 풍경 사진을 보낸 다음 그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결과 사진 속 행인의 배낭이 화면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3. 초극한반전

     

    이런 생활 속 '둔감'을 가진 소년은 게임속에선 정반대의 날카로움을 보였고, 민첩함을 모두 가상세계에 바친 듯했다

     

    생활 속 줘딩은 수줍음을 잘 타고 온화하지만 협곡 속 나이트는 카리스마를 발휘해 계속 '메자이'를 즐겨 읽으며 지금까지 32번의 전 세계 솔킬기록을 갖고있다. 그는 상대를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제압했다

     

    이런 스타일은 그의 소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줘딩은 게임을 좋아하는 다른 또래들과 달리 PC방에 가지도 않고 게임도 집에 틀어박혀 노트북을 사용했다. 그러나 '리그오브레전드' 처럼 인터넷 속도를 요구하는 게임은 가정의 작은 전기에도 단전되는 경우가 있고 한번 단전이 되면 게임을 하기 곤란한 그에게 가장 자신 있는 승리는 바로 라인전에서 상대를 완전히 찢어버리는것이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는 라인전만으론 승부를 결정하기 어렵고, 협곡도 미드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랭크를 수십 번해도, 한국서버 1위를 몇 번이나 해도 트로피 하나 바꿀 수 없었다.

     

    그의 접두어는 TOP에서 TES로 바뀌었고, 그의 곁에 동료들을 차례로 데려다줬지만 정상으로 가는 올바른 길을 열어주지 못했다. 그에겐 더 큰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궈하오는 "사실 이미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그래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감정적으로 보면 3년이라는 시간을 서로 웃고 떠들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며 서로의 기억속에서 무시할 수 없는 몫을 차지했고 전력적으로는 탑클래스가 팀을 떠나면 TES로서는 거의 메꿀 수 없는 손실이었다

     

    궈하오는 21일 새벽 줘딩으로부터 결정을 내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택시를 타고 사옥으로 돌아와 사무실에서 줘딩과 그의 부모를 기다렸다.

     

    아무도 그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궈하오는 상대의 말을 멈추고 이미 그 답이 무엇인지 읽어냈다. 그를 피하지 않고 직접 받은 전화에서는 다른 팀 직원이 TES의 사옥에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궈하오는 이별의 시간이 왔음을 깨달었다.

     

    그는 "그들이 저한테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대놓고 얘기 하는게 잔인했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도 궈하오는 괜찮다며 "서로 체면을 살려줬다" 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몇 분 동안 다른 팀에 가면 자신을 잘 챙기고, 팀원들과 잘 소통하며 본인의 생각을 꼭 표현하라고 당부하기 시작했는데...

     

    줘딩은 듣다가 눈물이 나기 시작했고, 그의 어머니는 휴지를 꺼내 들고 궈하오는 등을 두드렸다. 년은 아직 갓 입단했을 때처럼 말랐지만 어느덧 가장 많은 수의 주둔군을 이끌고 있다. 드디어 그도 떠나려 한다

     

    "저 너무 괴로워요.." 계속 침묵하고 있던 줘딩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를 마중 나온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 3분이 남아있었다

     

    이적 기간 동안 그의 팀 바깥의 친척과 친구들은 그의 선택이 무엇을 얻을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계산하고 분석하는데 도움을 줬지만 그는 이제야 자신의 선택이 무엇을 잃는지를 진정으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지난 3년의 세월은 고정된 표본을 만들기 위해 봉인된다. 줘딩과 YM이 헤어진 뒤 각각 우승을 차지했지만 YM knight 와는 더이상 관계가 없다. 이제 그가 한걸음을 내딛는 한 장차 TES knight가 모두 과거를 뛰어넘는다는 것, TES knight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가 천일밤낮을 버텼지만 무미건조한 결말을 남긴다는것이다.

     

    뺨을 타고 뚝뚝 흐르는 눈물이 소나기처럼 흐르기 시작했는데 그 다음 튀어나온 말들은 천둥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건 다 제가 원하는게 아니에요" 줘딩은 울음을 터트리고 "형제들과 함께 다시한번 우승하고 싶고, 주오형(zhuo)과도 좋은 성적을 내고싶었어요. 주오형은 매일 열심히 연습하는데... 그가 오고나서 저희는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잖아요. 재키는 내 마음속의 최고 원딜이고, 그가 열심히 하기만 하면 내 마음속 최고의 원딜이에요. 밖에 있는것들은 다 내가 원하는게 아니에요...." 라고 말했다

     

    궈하오는 멍해졌다. 자신이 아는 줘딩은 자신의 감정표현을 그렇게 격렬하게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아들을 본적이 없었던 줘딩의 어머니는 마음이 아파 덩달아 울었고 궈하오 역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줘딩의 아버지는 더 이상 공기의 습도를 올리고 싶지 않아 부풀어 오른 눈을 문지르고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 순간 다른 팀 차가 TES 아래층에 주차되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줘딩과 상의한 궈하오는 대신 아래층으로 내려가 상대팀에게 방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오늘 밤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전에 약속했는데 죄송합니다만 저도 마음이 아프고 당신들도 팀하고 선수들을 이끌고 있으니 이해 부탁드려요"

     

    "그럼 줘딩이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상대방이 물었다

     

    ", 괜찮아요" 궈하오는 흔쾌히 대답했다. "감성적으로 판단했다면 다시 얘기해도 괜찮고, 저도 그가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 라고 전했다. 궈하오는 상대방을 자신의 사무실로 모셨다

     

    앞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적군'이 자신의 고지로 돌입하는 걸 본 모모는 "왜 직접 사옥에 들어가 사람을 빼앗는 거야?" 라고 생각했다

     

    줘딩 가족이 궈하오의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모는 옆집 자신의 사무실에서 '최종심 판결'을 기다리며 조마조마했다.

     

    비록 이성적으로 희망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약간의 희망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의 인식으로 결과는 나쁜 방향으로 무한정 다가오고 있었다. 그 답이 재계약이라면 곧 희소식이 들렸겠지만 이별을 고해야하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게 분명하다.

    잠시 들락거린 집안의 비정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다른 클럽들도 곧 마중을 나온터라 줘딩의 이별이 확실하다고 믿게 했다.

    그는 마음이 좀 답답해서 왕쉬줘를 찾아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두 사람은 함께 연습실로 갔다.

     

    잠시 후 궈하오도 들어왔다. 줘딩 가족과 상대팀이 교류를 하도록 사무실을 내주고 왕쉬줘에게 달려간 그의 첫마디는 "주오형 나 방금 멘붕왔어"

     

    .. 나이트가 가버려서 힘들겠구나, 모모는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일어난 일은 그의 상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궈하오는 특별히 줘딩이 왕쉬줘를 데리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말을 본인에게 전했다.

     

    "주오형은 이말을 듣고나서 얼얼해지더라고요" 궈하오가 말했다

     

    "그 순간 뭔가 느낌이 이상하고 실감나지 않아 마치 영화를 찍는 것 같았어요." 당사자 왕쉬줘는 회상했다

     

    궈하오가 말하길 "줘딩의 결정을 기다리자" 고 했다

     

    40여분이 지나고 상대방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채 TES를 떠났다.

     

     

    4. 좁은길의 동행자

     

    많은 사람들이 궈하오의 사무실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때 줘딩은 마음을 열고 속마음을 털어놓았어요. 팀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다른팀에 가서 팀원 라인업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할때 저희와 같은 맛은 안나겠죠."

    궈하오는 "여태 줘딩이 그런말을 한적도 없으며 그가 우리에게 이렇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줄 몰랐다" 고 말했다

     

    왕쉬줘도 줘딩에게 "하오형이 너가 한말들을 나에게 말해줬는데 너무 감동적이고 고맙게 생각해. 우리는 모두 너가 남길 바라지만 우리 모두 너가 행복하고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 바래. 너가 어떻게 선택하든 우리는 너를 축복할거야"

     

    이후 재계약 여부를 일단 제쳐 두고 함께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줘딩은 2020년 스프링 결승전 bo5의 마지막 세트를 사일러스를 픽해 탑으로 가 연속 3번 죽었는데, 그 세트는 결국 지고, 그들은 손에 잡힐 듯한 우승을 결국 차지하지 못했다.

    당시 위원보(재키러브)는 봄에 우리가 갖지 못한 여름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고 여름이 되자 TES는 그의 말대로 복수에 성공해 우승했다.

     

    줘딩은 그 한세트가 본인 때문에 팀이 우승하지 못했다고 줄곧 생각했었다.

     

    "마음속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말한 적이 없었어요" 궈하오는 "우리에게 여태 그런말을 한적이 없는데 그게 다 마음속에 얹혀있었던거고 그때 한꺼번에 다 말한 것 같아요" 라고 했다.

     

    궈하오는 이들의 서머 정규시즌 RA와의 경기를 떠올리며 승리가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위원보의 이즈리얼의 동선이 상대방에게 걸려서 잘려 상대에게 틈을 탈 기회를 주었고 결국 RA는 백도어로 "서사급" 이라는 찬사를 듣는 역전을 해냈다. 역전당한 쪽에서는 기분이 심히 안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모모가 말하길 : "재키러브조차 월즈 챔피언인데도 LPL 경력은 3년밖에 안되죠. 이런 실패는 성장 과정 전반에 걸치면 작은 일이지만 팀원들에게는 큰 타격이였어요" 라고 말했다

     

    패배 후 팀 분위기가 참담해지자 궈하오는 선수들 사이의 불신의 골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줘딩을 따로 불러내 생각을 물었다.

     

    "누구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가 있죠. 애초에 우리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 재키가 와서 우리를 나아지게 했으니까, 반대로 그의 상태가 나쁘면 우리가 나서야 해요" 줘딩은 이렇게 대답했다

     

    궈하오의 기억 속에서 줘딩은 한 번도 남을 비난한적이 없다.

     

    "우리 팀원들은 개성이 정말 뚜렷해요. 분명 누구도 상대방에게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지만. 나이트라는 절대적인 실력이 여기에 있어요. 그의 개성은 이들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모모가 말했다

     

    줘딩은 또 엊그제 이적일로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한밤중에 위원보 혼자 랭크(솔랭)를 하는것을 보고 충격을 먹은것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그날 낮 궈하오는 위원보에게 내년 최악의 상황을 알렸다. 기존 팀 동료들은 모두 떠나고 팀안의 몇명의 신인만 남겨둘 일만 남았다고

     

    하지만 위원보는 아직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른팀에서 오퍼를 받자 궈하오는 위원보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위원보는 그에게 한마디만 물었다. "혹시 형도 떠나요?"

    궈하오는 웃으며 "내가 어떻게 가? 난 진짜 떠날 수 없어"

    "형이 떠나지 않으면 저도 안 떠나요" 위원보는 말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각자 잘하지 못했던, 변화하고 싶은 점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사옥에 돌아온 위원보는 혼자 연습실로 달려가 밤새 랭크를 시작했다. 줘딩이 3시가 넘어 물을 마시러 내려왔는데 혼자 랭크를 치고 있었고 5시가 넘었는데도 계속 하고있었다고 줘딩은 회상했다

     

    낮 동안 북적거리던 연습실은 텅 비었고, 위원보 한사람의 모습과 그가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 이 장면들은 줘딩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하지만 위원보는 이를 듣고 남들처럼 큰소리 치진 않았다. "감동이야! 난 반드시 어쩌고저쩌고" 그는 단지 웃으면서 푸념했다. "너희들 눈에 작년에 난 얼마나 못한거야 "

     

    촉망받던 00년생 중국 더블 캐리로, 위원보와 줘딩은 성격이 많이 다르고 각자 더 친한 친구가 있지만 협곡의 재키러브와 나이트는 서로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다

     

    "굳이 따지자면 " 아화는 말했다 "강백호와 서태웅이 사적으로 자주 함께 하거나 서로 걱정거리를 주고받는 사람은 아니지만 경기장에선 강백호는 서태웅에게 믿고 공을 넘겨주잖아요"

     

     

    5. 백월광 : 난 우승하기 위해 여기로 왔다

     

    너무 오랫동안 지난날을 회상하다 보니 모두가 감정이 극도로 격양된 상태이므로 이 시점에서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잠을 깨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도 자러 가지 않고 반대로 사무실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할 얘기는 거의 끝냈지만 방 안의 대화 빈도가 전보다 조금씩 줄어 다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한두마디 잡담을 했다

     

    궈하오는 누군가가 말하는것을 들었다 "오늘이 백월광 생일이구나 위챗 모먼트에 올라왔어"

     

    "크레센트 아래 수석 코치" 라는 조롱을 당한 백월광은 FPX 배틀 그라운드 선수이자 FPX 감독 시절에 만나 2018년 여름 그를 코치로 데려왔다.

    백월광은 나이가 어리고 본인도 선수출신 이다보니 매일 밤 늦게까지 랭크를 돌리고 금새 TES 선수들과 어울렸으며 줘딩과 그는 매우 친했다. 2021 스프링이 끝날 무렵 팀과의 이념차이로 백월광은 TES를 떠났다.

     

    기쁜 일을 만나면 기운이 나지 않겠나, 기분이 좋아진 궈하오는 백월광의 프로필사진을 열어 생일축하 홍바오를 보냈는데 백월광은 받지않았고 받지않을 뿐더러 궈하오에게 버럭 화를 냈다.

     

    궈하오는 며칠 전 백월광에게 TES로 복귀할 생각이 없느냐 물었고 백월광은 그럴 의향이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적 초반에 분주해지고 다들 줘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줘딩이랑 정말 친하다는걸 알고 있어서, 줘딩이랑 이런걸로 엮이게 하고 싶진 않았다" 이런점을 감안해 백월광의 복귀는 궈하오에 의해 잠시 보류되었다.

     

    백월광의 시각에서 그를 홀대하던 궈하오가 느닷없이 '뇌물'을 건넨 유일한 이유는 줘딩의 잔류를 위해 로비를 도와 달라는 것 뿐이었기 때문에 백월광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궈하오의 심산을 질책하며 "나이트의 결정을 존중하자 그렇게 할거지?" 멋지게 마무리했다.

     

    궈하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전화를 걸었지만 백월광은 받지 않았다.

     

    다시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궈하오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 "나를 그렇게 공리적(功利)인 인간으로 생각하지 마. 단순히 생일만 축하했을 뿐 그런일들은 하지않아"

     

    한참후에야 백월광이 전화를 걸었다.

     

    궈하오는 말을 이었다 : "일단 내가 얘기하는걸 다 들어봐. 첫번째로 사과할게. 전에 몇가지 일들은 내 판단이 잘못되었고, 너의 생각 일부가 옳았어. 나는 그때 너를 믿지 못한것에 대해 사과할게.

    둘째, 고개 숙이며 사과할게. 홍바오를 보낸것은 너가 줘딩과 친구이기 때문이 아니야. 단지 나는 우리가 동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 어떤일이든 내가 잘못했으면 인정해야지.

    셋째, 내가 너한테 줘딩을 설득하게하려했다고 생각하지마, 내가 너한테 다 말해줄게, 그럴 필요없어!"

     

    그는 방금 일어난 일을 백월광에게 말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난 너를 사로잡아 줘딩이 남도록 강요하려고 하지않았어. 그랬더라면 벌써 널 우리곁으로 데리고 왔겠지. 막판에 와서야 너를 찾아왔는데, 내가 그렇게 어리숙한 사람으로 보이니?"

     

    전화기 너머의 백월광은 침묵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잠시 너 자신이 이것들을 받아들여봐. 나도 말이 많았던거 같다"

     

    그날 밤 궈하오의 눈에는 만사가 다 좋아 보였고, 자신이 오해받는 것을 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난 이제 속이 다 시원해,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아"

     

    궈하오는 전화를 끊고 다시 현장의 수다들에 참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왔는데 - 그것은 반년만에 TES 사옥에 나타난 백월광이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그를 보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입구에 앉아 있던 왕쉬줘는 당황한채로 입을 열었다. "왜 왔어요?"

     

    "내가 왜 왔냐고?" 백월광은 거만하게 웃으며 그의 모습은 마치 대장부의 기개와 같았다

     

    "나없이 어떻게 우승하겠어!"

     

    왕쉬줘는 어이없다는듯이 "... 무슨 영화찍어요?"

     

    일제히 터져나오는 폭소는 거의 지붕이 넘어갈정도로 시트콤을 찍는거같았고 이런 열혈적인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자 궈하오는 흥분해 온 방안을 뛰어다녔다

     

    또 사무실 책상과 벽들도 수차례 두드려졌다고 목격자들은 기억했다.

     

    만약 TES 사옥이 단독 주택이 아니였다면 당시 방안의 소음으로 수백 차례 이웃의 민원이 들어왔을것이다.

     

    "대체 어디서 온거야" 추후 줘딩은 친구의 미스터리한 등장방식에 대해 토로했다.

     

    "도착했더니 경비원? 아는사람, 지문? 그런거 없이 바로 왔어" 백월광이 말했다

     

     

    6. 가장 중요한 것들

     

    비록 TES를 떠났지만 백월광은 줘딩과의 연락을 끊지 않고 이번 이적기간 내내 이들 가족의 조력자로 일하며 줘딩의 부모가 각 팀이 제시한 대우조건을 전문적인 시각으로 분석해줬다.

    줘딩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잘 알고 있기도 했다.

     

    전화로 궈하오가 말하는 줘딩의 말들을 다 듣자 "나는 순간적으로 참을 수가 없었어. 나는 이 팀들이 어떤 조건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가 어떤 유혹을 받고 있는지 알잖아. 나는 그가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나 잘 알고있어.

     

    "불확실 계약, 할부, 리그가 계약을 막았다는 소리는 모두 거짓이고, 나이트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외적인 요소는 없었고 오직 그의 마음뿐이었죠." 백월광이 말했다.

    "밖에서 나에 대한 오퍼들도 매우 좋은 조건이었지만 그는 이렇게 많은 걸 포기할 수 있는데 내가 더이상 할 말이 있겠어? 모두 돌아와서 같이 1년만 더 뛰자"

     

    무리의 사람들은 작은 방에 몰려 서로 웃고 떠들었고 5시가 조금 넘었을때 궈하오가 아화에게 대략적인 소식을 전했다. 마침 그녀는 잠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밤새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차라리 아침을 가져다주자고 했으며 모두 잘 먹고 자게 해주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생각해 그녀는 길거리에 팔고 있는 아침식사들을 사왔다. 비빔국수, 국수, 다양한 소의 만두들... 크고 작은 봉지들이 김을 내뿜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줘딩 부모는 아침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며 길을 걷는데 줘딩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우리 줘딩 많이 컸네요"

     

    궈하오도 본사에 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TOP SPORTS를 등에 업은 TES는 한때 자본에 의해 선택된 '행운아'로 여겨졌는데 흔히 말하는 '자본력'으로 다른 팀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궈하오 앞에 놓인 현실은: "시간대마다 투자를 원하는 회사가 있고, 올해 돈이 있어서 선수를 샀지만 내년에 다른 팀이 더 돈이 많다면 우리 선수를 빼갈 수 있어요. 모든 카드를 밝힌 후 부숴버리면 끝나죠.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는 한때 이번 이적기간에 자본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때로는 단순한 돈의 크기 비교가 아니라 '다른 것' 도 중요할 수 있고, 심지어 가장 중요한 선택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궈하오가 본사에 전화 한 통을 걸었을 때, 상대방은 아직도 얼떨떨한 상태로 대화를 나누며 궈하오의 얘기를 들었다.

     

    "자본에도 온도라는게 있더라고요!" 라고 말했다 궈하오는 전화기에 대고 "여러분도 이 온도를 느꼈으면 좋겠다" 고 하였다

     

    날이 밝아오자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여운이 남은채로 흩어졌고, 아화는 떠나기전 무심코 백월광의 가방을 힐끗거리자 찔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도 똑같은 가방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TOP일때 팀에서 만든 가방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 가방은 이미 낡고 낡아서 바느질한 흔적이 있지만, 그 위에 찍힌 'TOP.byg97'이라고 인쇄된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솔직히 품질은 별로야" 백월광은 궁시렁댔다.

     

     

    7. 나 또한 이야기 속 인물

     

    줘딩은 가득 채워져 있던 소고기 비빔국수를 다 비운후 잠자리에 올라 꿈나라로 갔다. 그는 곤히 잠들었지만 옆 침대의 왕쉬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WE 유스팀 출신이자 TES에 들어 온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은 왕쉬줘는 LDL에서 눈도장에 찍혔고, 또한 어시스트왕에 올라 LPL의 여러 팀에게 러브콜을 받았었다. 성적을 내고 싶어했던 왕쉬줘는 가장 화려한 라인업의 TES를 선택했다.

     

    공식발표 전날 왕쉬줘는 중학교 2학년 친구들 단체모임방에 심상치 않은 글을 보냈다. "내 인생의 톱니바퀴가 돌기 시작했고, 다시는 멈추지 않겠다"

     

    입단 13일 만에 TES는 데마시아컵에서 압승을 하며 각 평론가들은 이 신인 서포터가 은하 전함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극찬을 쏟아냈다. 왕쉬줘는 섬세하고 활발해서, TES 선수부터 스태프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그와 얘기하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다 

    줘딩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주오형(卓哥)" 이라는 호칭은 빠르게 왕쉬줘의 애칭으로 바뀌었고, 이후 줘딩이 말하는 어조와 문장부호로 바뀌었다.

    줘딩 아버지조차 말했다: "줘딩은 매번 생방송으로 주오형제의 이름을 수십번 말해요. 무슨 인연인지 줘딩은 성이 줘이고 왕쉬줘의 이름 끝에는 줘가 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TES는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스프링 4, 서머 8강 결국 월드시리즈 진출엔 실패했다. 왕쉬줘의 톱니바퀴는 마치 잠깐 미끄러운듯 보였고 마침내 멈추기 시작했다.

    2021 스프링 TES의 선발 라인업은 전년 대비 유일하게 서포터의 교체가 있었다. 변수를 제어하고선 그는 자기 탓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프링이 끝났을 때만 해도 그는 서머가 좋아지리라 생각했지만, 그는 더 나쁜 서머를 고대하고 있었다. 컨디션이 가장 나빴을 때, 왕쉬줘는 교체되었다. 그는 한때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며 자신이 이 길에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만약 우리가 같이 수평선에 놓여 있다면, 저는 우리가 형제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여러분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제가 먼저 거리를 두게 될 것 같은데…. 더 말하기엔 좀 부끄럽네요"

     

    왕쉬줘는 빠르게 컨디션을 조절했고, 선발 복귀 후 코칭스태프의 한결같은 인정도 받았지만, 프로데뷔때처럼 밝고 쾌활하며 두려움을 몰랐던 것들은 달라져 있었다.

     

    그날까지 인생의 새 출발을 하려던 줘딩이 마지막순간 급커브를 돌려 형제들과 1년 더 하고싶다고 하며 그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끝없는 안개들이 순식간에 걷혔다.

     

    "사람의 열정은 서서히 식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뜨거움 감정이 다시 돌아왔어요. 그동안 신경 쓰던 작은 일들이 갑자기 아무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생에서 이런걸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고, 너무나도 특별하고, 너무 좋았어요. 게다가 저는 나름대로 역할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인거 같기도 해요" 왕쉬줘가 웃으며 말했다

     

    "나이트가 그날 제 이름을 언급하자 전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저 자신을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기애적인건 아니고요"

     

     

    8. 길을 증명하는 전투

     

    자고 일어나 결정하자고 했지만 아무도 줘딩이 말을 바꾸는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모는 말하길 "나이트 성격상, 그가 그렇다고 한다면 결정을 내린것이다"

     

    11 21일 저녁, 크레센트의 핸드폰에 줘딩으로부터 온 메세지가 와 있었다.

     

    "저한테 한끼 빚지고 있어요"

     

    "귀여운 자식" 크레센트는 웃었다

     

    줘딩은 위원보에게도 소식을 전했는데 겨우 4글자가 전부였다

     

    "내년 가보자 (明年冲了)"

     

    위원보 역시 네 글자로 답장했다

     

    "그럼 죽여버리자(那就开杀)"

     

    싸인하기 전 줘딩의 어머니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엄마는 네가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너가 프로게이머로 평생 살 수는 없지만 너가 사는건 평생이란다.

    돈은 중요하고,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나는 너가 마음먹은 대로 따르길 원한다. 너가 결정을 내렸다면 너는 그 결정에 책임을 지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스스로 책임 져야 한다.

    마치 결혼이라도 한 여자아이가 돈 많은 남편을 만나서 많은 물건을 살지라도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단다. 또한 그녀를 너무 사랑하지만 돈이 없는 남편과 평범하게 산다고 해도 꼭 행복한건 아닐지도 몰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면 자신의 결단에 책임을 져야 하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줘딩은 본인이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나이트가 TES에 속했던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길에 뛰어든다면, 그가 선택해야 할 것은 어느 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가에 불과하다.

    그러나 카운트다운은 잡음과 안개를 몰아냈고 그가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은 것은 바로 그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해 봄 사일러스는 적의 쇠사슬을 끊지 못했고 아직도 본인목에 매여 있었다. 만약 그가 이렇게 떠났더라면 다신 그것을 풀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라인업에 이런 결말이 말이 되겠는가 e스포츠엔 원래부터 어떤 도리도 없었지만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지난해 결과가 특별히 좋지는 않았고 아쉬운 일도 많았는데 우리 선수들이 워낙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해는 잘 피드백하고 잘할테니까 분명 강한 선수들이다" 줘딩은 말했다

     

    줘딩의 이른바 "형제 LOL" 형제와 함께 뛰면 성적이 안 나와도 되는 게 아니라 이들이 함께 뛰면 꼭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의 자부심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줘딩의 오퍼는 올라갔고, 많은 사람들이 평생 세속적인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긴 숫자의 돈들이 늘여졌다.

     

    그러나 뿌리 깊은 추억과 믿음, 풀리지 않은 매듭 앞에서 숫자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줘딩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본인의 이름을 서명했다.

     

    이적 시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부모님은 끝까지 그의 결정에 간섭하지 않았다.

     

    줘딩은 일시적으로 선택을 바꿨지만 이들은 줘딩의 직업을 아예 말리지 않은 것처럼 그의 선택을 말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돈이 많다고 하면, 돈이 더 많은 사람이 나올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건 끝이 없어. 많은 재물들을 너가 받느냐에 따라 많은게 달라질거야. 그치?" 줘딩의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는 오직 이아이 하나뿐이에요. e스포츠 프로는 정말 힘들지만. 그가 즐기면 된거에요"

     

    바둑 선생인 줘딩 아버지도 젊은 시절에는 게임의 명수 (好手) 였고, 핑샹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 계정을 사용하여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을 선택하고 상대방도 알아볼 수 있었는데 핑샹에서 무슨 이렇게 강한 사람이 나오냐고 했다.

     

    "저는 그의 아버지도 이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지 시대가 다를 뿐이죠" 줘딩의 어머니는 말했다.

     

    e스포츠의 산업 발전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그 세대 게임의 공통된 운명이라면, 줘딩 아버지가 한 때 가지고 있던 또 다른 가능성은 시대에 의해 말살된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한 역도 코치가 아직 어린 줘딩의 아버지를 찾아가 운동선수가 되지 않겠냐 라는 제안을 하였다

     

    "그땐 정말 흥분했어요!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반하기까진 않았지만 마음에 들어했죠." 그런데 돌아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부모님의 반응은 매우 격양적이였다 : "아이고 무슨 역도야!"

    부모님은 즉시 그에게 역도의 안좋은점들을 나열해주었다. 줘딩 아버지의 가슴 가득한 뜨거운 열정이 찬물에 꺼졌던 것이 그의 오랜 한이 되었다.

     

    "제 부모님처럼 되고 싶진 않아요" 줘딩의 아버지가 말했다

     

     

    9. 형제lol, best lol

     

    줘딩의 소속이 확실시되면서, LPL 이적기의 후폭풍은 서서히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내부의 후폭풍이 TES를 강타하고 있었다.

     

    "내가 e스포츠를 종사한 이래 가장 감명깊었던 하루였죠. 여태 그런일은 없었어요" 모모가 말했다.

    수년 동안 e스포츠에 종사하면서 여러 종목의 수백명의 선수와 만났지만 그에게 이 정도의 충격을 준 것은 줘딩뿐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모모는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 많은 것이 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무력감을 느끼게 됐고 고개를 돌려 자신을 설득하기까지 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줘딩의 이번 선택은, 자신이 단번에 깨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지? 이건 e스포츠가 아니야. 나이트가 이 정도까지 했고 이런 선수가 있는데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

     

    "우리는 올해 실패에 젖어 있었고 나이트는 이미 빠져나왔어요. 그는 이미 올해의 실패를 받아들였고, 동시에 내년에 증명하려 돌아오려고 해요. 지금은 과거에 대해 논할 때가 아니라 내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해요."

     

    "갑자기 무슨 동력이 생기고 있어" 모모가 말했다. "팀을 도울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어"

     

    코치진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습실 전체 분위기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백월광이 말했다. "다들 피가 끓어오르는듯이 s8,s9때 처럼 매일 랭크하고 계속 하고있어요."

     

    "확실히 낭만적인 선택이죠" 주오가 말했다. "이런 일을 우리가 낱낱이 이야기해도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날조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당시 저는 제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며 말했는데 소설도 이 내용이라면 너무 가식적이고 억지감동 스토리라고 생각할거라고 했어요. 다만 '? 이건 실화야'. 며칠간은 느낌이 이상했어요... 비현실적인 느낌"

     

    왕쉬줘에게 "네가 만약 줘딩이라면 어떻게 선택했을까" 라고 물었더니 왕쉬줘는 솔직히 말했다. "전 아마도 돈을 선택하겠죠. 전 정말 보통사람일테니까요"

    그가 웃기 시작하자, 그의 눈은 염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은발처럼 빛났다. "하지만 저는 스스로에게 여지를 남겨두고 싶어요. 아직 전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어쩌면 저도 (마지막 순간에) TES를 선택할지도 모르죠"

     

    "저는 확실히 꽤 중2병이에요" 그는 인정했다. "전 그런 판타지적인 스토리를 정말 좋아했지만 사람들과 많이 접촉할수록 그런 일도 드물고 주변에 그런 사람도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자극을 받았고 초심을 찾은 것 같아 정말 감동받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에요."

     

    왕쉬줘의 불면증은 며칠동안 계속되었다. "나이트가 그렇게 큰 희생을 했고, 또 저희를 믿기로 결정 했잖아요.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 '내려가서 랭크 두 판만 더 하자.' 생각했어요 이틀은 재키도 너무 늦게까지 랭크했는데 한번은 제가 야밤에 내려와서 마주쳤거든요. 랭크 조금만 더 하자고 했어요"

     

    "그의 선택을 저버릴 수는 없어요" 왕쉬줘가 말했다. "만일 우리가 이상적인 상황에 이르지 못해서 그로 하여금 후회하게 한다면, 그것은 그를 실망시킬거에요. 그래서 내년에는 형제를 위해 싸워야 해요"

     

    "이 일은 내가 예전에 겪었던 어떤 일과 조금은 닮아있지만 그의 수준이 더 높을거에요" 크레센트가 말했다

     

    그의 선수시절 "小白" 때 마지막 시절에 몇몇 강팀들이 그를 찾았지만 크레센트는 그들의 고질적인 습관을 좋아하지 않았다. "전 고집도 세고 집착도 강해 당시엔 못하는 선수는 없고 열심히 하면 다 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는 매니저의 러브콜로 새팀 Wayi Spider에 합류했다. 백지상태로 시작해 강한 선수는 고사하고, 선수들은 모두 그가 곳곳마다 인재를 끌어모았으며 심지어 시합 직전에 선수들이 탈주해 급하게 대타인원을 다시 모아야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그를 제외한 신인 들로만 이루어진 라인업은 2013 LPL 프리시즌에서 A 1위를 차지하며 첫 LPL 진출팀이 됐다. 하지만 리그에 와서는 팀의 코어와 경험부족이 드러나 10연패에 빠졌다고 말했다.

    8연패를 했을 때 크레센트는 스스로 후보선수로 내려왔다. 그때는 23살이였으며 경추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두 부둥켜안고 울었는데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라고 말하며 모두가 감개무량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겨 첫 승을 거두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11경기때 크레센트가 컴백하면서 Wayi Spider는 꿈에 그리던 첫 승을 거뒀다. "그때 저희 매니저가 그러더라고요" 크레센트는 과거를 회상하며 "마치 우리가 세계 챔피언을 차지한 기분이었다고"

     

    비록 상황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크레센트는 이 젊은이들의 눈에서 그해의 자신을 보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와 1년만 계약하는것이며, 내년에는 그에게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주고 계약으로 그를 묶을 필요가 없는거에요" 궈하오가 말했다.

    "나중에 어떤일이 닥치든 줘딩의 이 한가지 사건으로 말미암아 저는 그를 평생의 형제로 여기기로 했어요. 그가 미래의 길에 어떤 문제에 부딪히더라도 저는 그를 도울거에요"

     

    "최근 2년간 팀이 커지면서 저 자신도 많이 혼란스러워졌어요. 일은 복잡하고 번거로워졌고, 예전에는 악착같은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들을 즐거워했는데 계속 일하다 보니 이제는 항상 즐겁지 않은 일들도 겪어야 했죠. 2020년이 끝나고 e스포츠를 그만둘까 했어요. 정말 힘들었거든요.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이 일을 좋아해서였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좋아해서가 아니라 심지어 어떤 부분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여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고, 주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성장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제가 손을 떼고 도망갈수는 없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잃었는데 경기를 이기면 기뻤고 지면 슬펐지만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젠 이겨도 즐겁지도 않고 한숨만 돌릴 뿐인데 시합에서 지면 너무나도 고통스럽더라고요. 이것들을 잃으면 방향성도, 그 일을 하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을뿐더러 앞으로 가고는 있지만 별 느낌이 들지는 않아요"

     

    업계에 들어선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최초의 원동력은 점점 느낌을 잃어가고 관성에만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는데 줘딩의 신택이 갑자기 궈하오를 밀어버린것만 같았다.

     

    "사실 우승할 수 있을지, 성적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방향으로 달려가서 필사적으로 싸울거에요. 심지어 선수들을 케어할때도 지금 열심히 노력하는거에 대해 감동받았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일 때문에 그들이 앞으로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저는 더 엄격하게 대할거에요" 궈하오가 말했다

     

    크레센트도 같은 생각이었다 : "이 분위기에 감동받긴 했지만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에요. 다들 열정적이고 열혈이여서 함께할 목표를 정했지만 이제 경기장에서 직면할 문제와 좌절이야말로 우리를 시험할 때에요. 많은 소년만화들이 열혈적이지만 모든 결말이 다 해피엔딩은 아니잖아요. 저희의 결말도 다소 아쉬울수는 있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해지며 : "전 우리의 결말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새로운 시즌, 크레센트는 감독으로 돌아와 그에게 익숙한 반달의 탁자를 다시 잡았다. 이것은 당시 TES가 사옥을 옮기면서 궈하오가 특별히 사람을 구해 크레센트의 반달(白色月牙)을 위해 디자인한 책상이었다.

     

    "이렇게 거금을 들이면서 설계를 할 때 혹시 나중에 감독이 바뀌면 어떻게 할지는 생각 안해봤어?"

     

    "안해봤어" 궈하오는 웃었다. "그땐 나도 형제lol에 함께할 생각이었거든. 끝까지 함께"

     

     

    10. 북쪽으로 향하는 길

     

    11 22일 저녁, 줘딩의 부모가 궈하오와 식사하러 사옥으로 왔는데 궈하오는 돌연 스크림 이후 줘딩의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위층을 한 바퀴 돌았으나 줘딩을 찾지 못해 백월광에게 물었더니 백월광은 줘딩이 나갔다고 했다.

     

    아직 공식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재계약 소식은 어느정도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줘딩은 이 선택이 특히 그를 지지해 온 사람들에게 격렬한 의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 일부 친구들은 "직접 욕을 했다"고 했고 많은 팬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줘딩은 마음이 괴로워서 혼자 걷고싶다고 말했다.

     

    그가 나간지 2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백월광이 위치를 확인했지만 궈하오가 네비게이션을 찍으니 TES 사옥에서 무려 6km 떨어진 곳이었다.

     

    "원래 그들이 저를 찾지 못하게 하려고 했는데 정말로 길을 몰라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줘딩이 웃으며 말했다.

     

    상하이의 그날 밤 최저기온은 이미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궈하오와 백월광은 서둘러 차에 올라 얇은 옷 두벌만 입고 추위에 떨고 있는 줘딩을 길가에서 찾았다.

     

    궈하오는 가지고 있던 옷을 줘딩에게 덮어 주었고 아무 말 없이 백월광과 함께 밥을 먹인 후 줘딩 부모님 에게도 안부를 전했다.

     

    "그는 고가를 따라 걸었고 조금만 더 갔으면 루자쭈이(家嘴)에 도착했을거에요. 정말 놀랐어요." 궈하오는 회상하며 말했다

     

    "와이탄으로 가려했는데 길을 못찾았어요... 곧 상하이를 벗어날거 같았는데 갈수록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줘딩은 그날을 복기했다. "북쪽을 향하여 미친듯이 곧바로 전진하자"

     

    "조금 추운건 사실이에요" 줘딩이 말했다. "추우면 생각을 많이 하지 않게 돼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욕하는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지금도 생각하는 중이에요?"

     

    "항상 생각할 수는 없죠." 줘딩은 웃으며 "할일 없을 때 생각해요"라고 했다

     

    "팬들도 너가 잘 되길 원하고, 너의 선택을 존중하게 될거야. 네사람들은 결국 널 이해하게 될거니까" 줘딩의 어머니가 그를 위로했다

     

    "틀림없이 절 위해서라는건 알아요. 하지만 그들은 제가 매일 무엇을 하는지 이곳에서 매일 무슨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잖아요. 그것들이 저를 위해서라고 생각했겠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잖아요" 줘딩이 말했다

     

    "그땐 제가 웨이보를 올려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했는데.." 왕쉬줘가 말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성적으로 말해야할거 같더라고요. 할 수 있는일은 성적이 더 잘나오고 더 잘하는것뿐이에요. 저희 성적이 더 좋아지면 소리 낼 수 있으니까요.

    나이트를 위해 착실하게 노력할거에요. 그의 이 선택은 매우 중대해서, 그가 우리를 믿기로 선택했으니 우리는 가능한 한 그를 저버리지 않을거에요"

     

    "외부에서는 그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꿈이 없어 TES와 함께 썩어간다는 소리들이 나왔죠" 궈하오가 말했다. "저희는 목표를 세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뺨맞을까봐 두렵거든요. 하지만 그날 줘딩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걸 봤는데 그를 이해해야 할 사람들이 그를 이해해주길 바래요. 모두 그가 어리숙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가 한가지 선택을 하는 걸 바라지 않아요. 저희는 오히려 그의 내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 많은 유혹들 중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거고요"

     

    "재키, 크레센트등 모두들 저를 찾아오더라고요 앞으로 우리는 자기일들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어떻게? 지금은 많은 것들이 상업화되었고 오랜만에 이렇게 e스포츠를 느끼는거 같아요. 그의 선택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모두들 그것을 변화시키길 원해요. 우리가 평소에 만마디를 하는것보다 그가 주는 충격이 더 직관적이죠"

     

    크레센트도 감탄했다

     

    "10년간 e스포츠에 종사했지만, 특히 최근 몇년간은 이런느낌을 받은적이 없을거에요. 반드시 모두에게 떳떳하고,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몇몇은 나이트를 '겁쟁이'라고 하지만 99%도 하지않을,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월광이 말했다

     

    줘딩의 성적은 보통이고, 생활력은 희박하며 심지어 게임도 '리그오브레전드'만 한다 -- RPG 게임에선 그는 길을 잃는다.

     

    그는 결코 보편적인 가치 속 표준 코스에서 선발된 엘리트가 아니고 좁은길에서도 약간 벗어난 사람이었다.

     

    객관식 문제들이 앞에 놓여 있을 때 모두가 눈을 감더라도 어떻게 고를지 알고, 설령 주관식 문제더라도 답안지 범위 내에서 답안을 작성할 것이다.

     

    그런데 줘딩이 써낸것은 하필이면 비표준답안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우스갯소리로 들릴 정도로 엉터리 일수도 있고 줘딩 스스로도 옳고 그름을 단언할 수 없지만, 그의 아버지가 바둑을 가르칠 때 한판엔 후회가 없어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그날 왜 계속 북쪽으로 갔나요?"

     

    "저는 계속 앞으로 가야 한다고 느꼈어요" 줘딩이 말했다.

     

    "돌이킬 수 없으니까요"

     

     

     

     

     

    출처 : 【LPL选手故事】TES.knight:非标准答案 (weibo.com)

     

    Sina Visitor System

     

    passport.weibo.com

     

     

    p.s. 삼일가량이 걸렸던 엄청난 스케일의 번역.. 혹시라도 퍼가실거면 제발 출처 남겨주세요! 후기 쓰려고 했는데 너무나도 지쳐서 생각나면 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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